8월 14일 제8회 디.페스타 I2a '토끼굴'에 나오는

신세기 에반게리온 카오신 소설 <사랑은 대기권으로부터 (アイタイ)> 인포메이션입니다.

하늘에서 태어나 땅으로 돌아가는 나기사 카오루와, 땅에서 태어나 하늘로 돌아가는 이카리 신지의 이야기입니다.

(* 약간의 SF 요소와 세계관 설정이 있으며, 주요 인물의 사망 소재가 있습니다.)

수위X / A5 / 후기 및 공백 포함 118p / KoPub바탕 10pt 이며, 회지 가격 12,000입니다.



아래는 샘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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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은 가끔, 그러니까 한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조금 특이한 방식으로 거리를 거닐었다. 먼저 그 방법을 제안한 건 카오루였다. 서로에 대해 처음으로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눴던 그 곳의 벤치에 앉아 카오루는 한 쪽 발의 신발과 양말을 모두 벗고 주머니에서 가느다란 실 하나를 꺼냈다. 이게 뭐야, 라고 묻기도 전에 카오루는 신지의 손에 실을 쥐어주고 그대로 그 손을 감싸 제 발목에 가져다 댔다. 신지는 자작나무 같은 그 발목에 천천히 실을 묶었다. 매듭까지 짓고 나니 어느새 그의 반대쪽 발 역시 맨발이었고 카오루는 신발과 양말을 작은 봉투에 담아 가방에 집어넣고 있었다. 자신의 발에 묶인 실의 반대편 끝을 다시 신지에게 쥐어준 카오루는 그대로 하늘로 날아올랐다. 신지는 카오루가 적운 같다고 생각했다.

  가는 발목에 매듭을 묶어 그 끝을 쥐고 다니면 어린이날을 기념으로 요상하고 무지막지하게 큰 풍선을 들고 다니는 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참으로 이상한 기쁨에 신지가 희멀겋게 웃으면 카오루는 조금 낮게 날아주곤 했다. 그럴 때엔 끝을 쥔 신지의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기도 했다. 그렇게 배회하다 보면 공중도 대지도 아닌 이 섬은 그들에게 있어서 유원지고 축제고 소풍이 되었다. 둘은 누구도 무리 없이 지나칠 수 없는 잔잔한 풍경으로 남았다.

  그럼에도 그 해는 확실히 날씨가 이상한 해였다. 해가 나다가도 금방 구름이 꼈고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다가도 머지않아 빛이 가득 쏟아지곤 했다. 손에 좀처럼 그 실을 잡기도 어려웠다. 아주, 아주 높게 날아올라 버린다면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바라본 교실 창문 밖의 하늘은 잡을 수도 있을 것 같았지만 막상 아무도 없는 곳에서 올라가고 또 올라가다 보면 기온도 기류도 너무나 험해서 떨어지듯 내려오기 일쑤였다. 신지는 아직 완전한 하늘의 사람이 될 수 없었다. 끝까지 가려면 멀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신지 군!”
  “아.. 미안해, 갈게.”
  반면 카오루는 여전히 가벼웠다. 나이가 나이인만큼 아직 땅에 
가까워지려면 그 역시 한참 멀긴 했지만, 그런 걸 감안하고서라도 카오루는 항상 정말로 하늘에서 떨어진 것처럼 푸른 내음이 났다.

  젖은 땅은 스펀지처럼 신지의 하중을 받아냈다. 카오루는 땅에서 조금 떨어져서 날며 마치 처음 오는 길인 양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왜 그래?”

  “아니, 공기가 조금 다른 느낌이라.”
  “그런 것도 느껴져?”
  “일부러 감지하려고 하는 건 아니고, 그냥 기분 같은 거야. 다른 
아오들도 이러는진 모르겠지만.. 신지 군은? 날아보는 건 어때?”

  “아, 나는.. 비 오고 난 땅 걷는 걸 좋아해서.”

  “그래? 어떤 느낌이야?”
  “카오루 군은 걸어본 적 없어?”

  신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고 카오루는 처음으로 조금 겸연쩍어했다.

  “그.. 보육원에 있었을 땐 젖은 땅 못 걷게 했거든. 신발 더러워진다고. 물려 신을 거니까.”

  “아, 아.. 미....”
  “한 번 걸어 볼까. 신지 군이 좋아한다고 했으니.”
  카오루는 사뿐히 땅에 내려섰다. 물기 어린 땅에서 천천히 뗀 발은 
발꿈치부터 착실히 첫 걸음을 빚어냈다. 밀물처럼 내딛는 걸음에 땅이 머금었던 수분이 움텄고 카오루의 신발에는 조금씩 흙이 묻었다.

  “특이해. 발바닥에서 부드러움이 느껴져.”
  “그치?”
  “응. 처음이야.”
  카오루가 배시시 웃었고 신지도 그를 따라 웃었다. 둘의 발걸음이 
나란해져 흔적이 비슷해 질 때쯤 또 다른 발자국이 부리나케 달려왔고 신지는 그대로 그 사람과 부딪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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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표지 이미지입니다.




(* 실제 표지는 회색 선 없이 인쇄됩니다.)


표지 일러스트는 두리(@DOOR2_)님께서 작업해 주셨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본 회지는 따로 수량조사를 받지 않고, 원하시는 분에 한하여 선입금 예약만 받도록 하겠습니다.

선입금 폼 >> http://naver.me/Gkuu8uej



감사합니다!

Posted by 머더래빗 :

지난 5월 디페 예정이었으나 펑크로 인해(...) 통판으로 판매 진행되는

1차 GL <GA. GA. MEL> 인포메이션입니다.

여대생 미유키와 여고생 카즈야가 함께 바다로 무작정 여행을 떠나는 내용의 백합 회지입니다.

수위X / A5 / 후기 및 공백 포함 28p / KoPub바탕체 9.5pt 이며, 회지 가격 2,500입니다.


아래는 샘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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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에 든 짐을 내려놓고 문 앞에 깔린 러그를 들추자 얼핏 봐도 몇십 년은 되어보이는 길다란 녹슨 열쇠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미유키는 열쇠를 들어 현관문을 따고 들어갔다.

  집 안은 바깥과는 달리 빛 바랜 나무색이었다. 복도를 조금 지나 오른쪽으로 돌아보면 페인트로 벽을 칠해 오래된 지중해의 시골집 같은 부엌이 있었다. 왼쪽에는 방문 두 개가 있었고 복도의 끝에는 무거워 보이는 철문이 있었다. 바깥으로 나가거나 창고로 통하는 문일 것이었다.

  “점심 안 먹었지?

  부엌으로 들어가던 미유키가 고개를 돌려 물었고 카즈야는 입술처럼 빨갛던 먹다 만 사과를 떠올렸다.

  “그냥 사과 한 개 먹고 왔어요.

  “그럼 방에 짐 놓고 부엌으로 나와.

  고개를 끄덕이고는 무언가 걸려있었는지 못이 박혀있는 첫 번째 방문을 열었다. 방에 들어가자 한쪽 벽을 커다랗게 차지한 창문 너머로 해변이 액자 속에 든 그림처럼 보였다. 시원한 소리와 함께 파도가 부서지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한 나절은 충분히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방 한 쪽에는 간이침대가 있었고, 반대편에는 보라색 바탕에 주황색, 갈색 무늬가 섞인 해먹이 걸려있었다.

  방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가방을 내려놓고 부엌으로 나왔다. 벤치테이블을 개조한 것 같은 진녹색 테이블 위에 아까 챙긴 바스켓이 있었고 오래되었지만 관리를 잘한 것 같은 싱크대에서는 미유키가 청포도를 씻고 있었다.

  “바스켓 안에 샌드위치랑 접시 있으니까 좀 꺼내줄래?

  카즈야는 시키는 대로 바스켓에서 샌드위치 두 개를 꺼냈다. 조금 길쭉한 치아바타 사이에 각종 초록야채와 토마토, 살라미, 얇게 저민 햄과 치즈가 들어있었다. 바스켓 안에는 자몽주스 한 병도 들어있어 카즈야는 접시와 함께 주스도 꺼냈다.

  “직접 만드셨어요?

  “빵은 샀어.

  “아, 혹시 언덕 뒤쪽으로 넘어가면 있는 빵집에서…”

  미유키가 고개를 끄덕이며 테이블 중앙에 있는 그릇에 청포도를 올렸다. 알알이 영근 청포도는 그 자리에 둔 것 만으로도 싱그러운 향이 나 식욕을 자극했다.

  “먹자.

  “잘 먹겠습니다.

  미유키는 한 입 크게 샌드위치를 베어물었다. 신선한 재료와 크리미한 소스가 씹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포만감을 가져다 줬고 빵에 얇게 펴발린 디종 머스터드는 깔끔하면서도 부드러운 끝맛을 남겼다. 이 모든 것들을 속속들이 알지 못하더라도 그들의 점심식사는 충분히 훌륭한 맛이었다. 카즈야는 그렇게 생각했다.

  “요리, 엄청 잘 하시네요.

  “다 재료 맛인 걸.

  미유키는 넷째 손가락으로 소스가 묻은 입술을 닦았다. 체하면 큰일 나. 그는 빈 손으로 컵에 자몽주스를 따라 카즈야에게 건네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까지 예의 바르게 굴지 않아도 괜찮아.

  “네?

  “나름 얼굴 보고 지낸지 오래 됐잖아?

  그렇다고 하기엔 어제 겨우 제대로 이름을 기억하셨는 걸요, 카즈야는 주스를 마시며 생각했다. 코 끝에 가득한 자몽 향이 여름에 어울릴 법한 꽃을 여기저기 피우는 것 같았고 청포도를 집어든 기다란 미유키의 손가락은 햇빛 속에 흔들리는 수목(樹木)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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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표지 이미지입니다.



표지 작업에 도움 주신 잼니(@hurjaemi)님 감사드립니다!
(인쇄되는 표지에는 연회색 마크가 나오지 않습니다.)


인쇄가 완료되는 대로 가예약 해 주신 분들께 배송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Posted by 머더래빗 :

5월 22일 일요일 디.페스타 인포입니다. 아래 링크를 타고 들어가셔서 세부 사항 확인 부탁드립니다.


- 부스 위치: H09

- 부스명: 토끼굴


에반게리온 논컾 구간 <Destrudo>

인포: http://murderabbit.tistory.com/49


에반게리온 카오신 구간 <Satellite Song>

인포: http://murderabbit.tistory.com/50


1차BL 신간 <Overcome>

인포: http://murderabbit.tistory.com/45


1차GL 신간 <GA. GA. MEL>

인포: 준비중입니다.


기타 구간 재판에 관해서는 @murderabbit 으로 문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ㅈ*!


Posted by 머더래빗 :

5월 22일 제7회 디.페스타 H09 '토끼굴'에 나오는

캠퍼스팸 연작 <Overcome> 인포메이션입니다.

1차창작 BL 캠퍼스팸 트릴로지 중 마지막 회지이며,

동아리 회장 '황보공'과 신입부원 '송예원'이 만나게 되는 내용의 동아리커플 이야기입니다.

수위X / A5 / 후기 및 공백 포함 68p / 나눔명조 10pt 이며, 회지 가격 6,500입니다.


(*내용 중 비윤리적인 장면(성추행)이 있습니다. 높은 수위는 아니나 관련하여 불편함을 느끼시는 분들은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래는 샘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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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리에 앉아서 음식이 나올 때까지 황보공은 주문할 때 외에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 흔한 스마트폰 화면 한 번 쳐다보지 않은 채 녀석은 뻘쭘해 하지도 눈치를 보지도 않으며 용케 시간을 때웠다. 우리가 아마도 세 번째로 만났을 때 먹었었던 것 같은 명란크림파스타가 각자의 앞에 놓였고 나는 하염없이 무겁게 느껴지는 포크를 들어 파스타 이곳 저곳을 쑤셨다.

  안 땡겨?”

  먹을 거야.”

  기껏, 기껏 보름 만에 만나서 처음 한다는 소리가 안 땡겨라고 묻는 거라니. 나는 포크를 돌돌돌돌 돌려 파스타를 한입 가득 입에 넣었다. 정말 미친듯이 뜨거운 파스타를 당장이라도 그 녀석 면상에 대고 뱉고 싶었지만 나는 터질 것 같은 입을 앙 다물고 음식물을 힘겹게 씹었다.

  그러다 체한다.”

  아니..거든.”

  뭐 맘에 안 드는 거 있어?”

  아니.”

  “..미안.”

  뭐가?”

  그냥 억지로 끌고 온 것 같아서.”

  알긴 알아?”

  “….”

  , 너 땜에 체하겠다. 농담이니까 팍팍 먹어. 불어.”

  접시를 긁는 포크 소리가 유달리도 귀에 거슬렸고 피클은 어지간히도 잡히지 않았다. 황보공은 묵묵히 파스타를 먹을 뿐이었다. 반팔 밖으로 보이는 팔뚝에는 여전히 근육이 붙어있었지만 그 짧은 새에 조금 마른 것 같기도 했다. 나는 매 포크질마다 자리를 박차며 일어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대신 보란듯이 전투적으로 식사를 마쳤다.

  잘 먹었어?”

  .”

  하나마나한 소리나 하고 앉았네. 나는 가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네가 나를 좋아한다는 걸 알면서 계속 네 근처에 있는 건 나에겐 무리다. 나가야지, 파스타집도 동아리도. 나는 목을 가다듬었다.

  황보….”

  동아리 나가지 마.”

  ?”

  동아리 나간단 소리 하려고 했지?”

  순간 눈 앞을 무언가가 가린 것만 같았고 나는 작게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재수없는 새끼.”

  알아. 나가지 마.”

  체할 것 같으니까 밖에서 얘기해.”

  황보공은 내게 묻지도 않고 내 몫까지 계산하고선 뚜벅뚜벅 가게를 걸어나갔다. 나는 그 뒤를 따라갔고 우리는 담배 냄새가 매캐하게 남아있는 구석진 곳에 마주보고 섰다.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내가 싫어?”

  너 저번에도 물어본 거 알아?”

  그때 대답 안 했잖아.”

  나는 땅에 가래라도 뱉듯 짧은 숨을 내쉬었다.

  저번에 물어봤을 땐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모르겠어.”

  모르겠는 건 뭔데?”

  나쁘다거나 싫은 사람이라곤 생각 안 해. 나랑 잘 안 맞는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렇다고 싫어하는 건 아냐. 근데….”

  근데?”

  나 좋아한다면서.”

  그게 싫어?”

  아니. 그것도 싫진 않아. 환영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그런 걸 어떻게 싫어한다고 말할 수가 있어, 마음.. 같은 걸.”

  그럼.. 그럼 대체 뭔데?”

  “..얼마나 거리를 둬야할지 모르겠어. 네가 날 정말로 좋아하는 건지도 모르겠고 만약 정말로 그런 거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모르겠어.”

  나와 잘됐으면 좋겠다는 것보다 나와 단절되고 싶지 않아하는 게 뻔히 보이는데, 나 혼자 편하자고 네 모든 감정들을 자근자근 밟고 싶지는 않으니까. 실은 이렇게 생각해도 되는 건지 조차 잘 모르겠지만. 그냥, 그냥.

  나도 내가 장난같이 군거 알아.”

  ….

  그래도 항상 진심이었단 말야.”

  나는 모르겠다. 말에 얼마만큼의 무게가 실려온 건지, 네가 그걸 얼마나 감당해온 건지 나는 감조차 잡겠다. 생각만 하면 나는 너무 무섭다. 무서운 질색이니까, 도망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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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표지 이미지입니다.


(* 실제 표지는 회색 선 없이 인쇄됩니다.)


표지 이미지에 쓰인 사진 촬영에는 진(@jkuntitled)님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수요조사 및 선입금예약 링크>> http://me2.do/5voNA88N



감사합니다!

Posted by 머더래빗 :

12월 27일 서울코믹월드 L35 '토끼굴'에 나오는

신세기 에반게리온 카오신 소설 <Satellite Song> 인포메이션입니다.

게임 플레이어 카오루X게임 내 캐릭터 신지 AU로,

모바일 게임 'Lifeline'에서 소재를 차용하였습니다.


전연령 / A5 / 후기 및 공백 포함 88p / KoPub바탕체 & KoPub돋움체 9.5pt 이며, 회지 가격 8,000원입니다.


아래는 샘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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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몇 신데요?
  “
10 시 3 분.”
  나는 무의식적으로 책상 서랍을 열어 핸드폰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나 의아한 시선을 느끼는 바람에 이내 별일 없다는 듯 팔짱을 꼈다.

  “약속 없다며?”
  “아, 네....”
  “할 일이라도 생각 났어?”
  “아뇨, 그런 건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하고 대답했지만 나는 불안한 기색을 쉽사리 숨길 
수 없었다. 나도 모르게 다리가 떨리고 있었고 시선은 자꾸 핸드폰으로 향했다. 어쩔 수가 없었다. 나는 잊고 있던 게 아니었다. 그 애가 신호를 보낸지 벌써 3 분이나 지났다. 나야 그깟 3 분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도 보낼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그 애에게 3 분은 매 초가 제 관절 마디마디에 박히는 것처럼 괴로운 시간이라는 것을 나는 지난 대화들을 통해 알고 있었다. 나야 그 애가 아니어도 이런저런 얘길 나눌 사람이 도처에 깔렸지만 그 애에겐 사실상 이 광활한 우주에 나밖에 없는 셈이었다. 그 애는 부담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아니, 나에겐 축복이었다. 누군가가 나만을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꽤나 중독성이 있는 것이다. 지각도 실수도 용납할 수 없다. 타인이라는 끔찍한 변수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나는 신지 군의 운명이 나에게 달려 있다는 사실에서 단 한 치도 벗어나고 싶지 않았다.

  “얼른.. 얼른 대답을....”
  “나기사 군?”
  “기다리니까, 대답해야 해....”
  “무슨 말이야? 무슨 대답을 해?”
  3 시간 정도가 흘렀으니 지금쯤 언덕 정상에 다다랐을 거다. 
많이 무서울 텐데. 많이 힘들었을 텐데. 손은 못 잡아주더라도 정해진 말일지언정 뭐라도 한 마디 건네야 할 텐데 난 뭘 하고 있는 걸까. 신지 군. 신...

  “..지 군....”
  “잠깐, 게임 얘기 하는 거야?”
  “..떨고 있을 거예요, 얼른 도와주지 않으면....”
  “나기사 군.”
  “많이 여린 애예요. 빨리 곁에 있어주지 않으면 안돼요. 벌써 
많이 지쳤을 거예요. 그 애는....”

  “나기사!”
  미안해. 나는 어째서 항상 이 모양인 걸까. 어째서. 네게 힘이 
되고 싶었는데. 너를 계속 기다리면서 네가 보내는 신호에 우주에서 가장 먼저 답해주고 싶었는데. 나는 왜, 왜.

  “..왜 망가졌을까.”
  “너 말야.”
  “....”
  “제발 정신 좀 차려.”
  나는 선배를 보며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대체 무슨 소릴 하시는 
거예요. 저는 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걸까요.

  “난 게임하곤 영 관련없는 사람이라 왈가왈부 할 순 없지만 말야, 요즘 나기사 군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생각해. 정말 현실하고 헷갈려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야.”

  “....”

  “나기사 군처럼 냉정했던 사람이 그러니까 더 걱정 돼. 안색도 계속 안 좋고 말야. 나기사 군 건강도 건강이지만 자꾸 예민하게 행동하면 연구실 다른 팀원들한테도 폐가 되는 일이니까 주의해 줘.”

  “..죄송합니다.”

  “나도 참.. 이런 걸로 훈계를 하고. 몰입하는 건 좋지만 자신을 좀 돌아보도록 해.”

  아카기 선배는 내 어깨를 두어 번 툭툭 치고 짐을 챙겨 연구실을 떠났다. 나는 언제 불안해 했냐는 듯 진공처럼 고요한 마음으로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UNTITLED] 팀원 얼굴 정도는 알아 볼 수...


  나는 알림을 멍하니 쳐다봤다. 그래, 당연히 그렇겠지. 얼마나 오랜 기간동안 준비했는데, 몇 년을 함께 보냈는데 가족이나 다를 바 없겠지. 눈을 비비고 컴퓨터 모니터를 보자 두어 줄 정도 늘어난 문서 창이 보였다. 나는 순간 그 애와의 세계에서 어깨를 붙들려 쑥 빠져나온 기분이 들었다. 너와 나는 정말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구나. 단순히 실재 비실재의 문제가 아니라, 정말로, 정말 많이 다른 삶을 살아 왔고 또 살고 있구나. 실은 네 삶에 있어서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아니 최소 비집고 들어갈 틈마저도 없는 걸지도 모른다. 말 상대, 딱 그 정도가 내 역할인 걸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라 외로우면 죽으니까, 딱 그런 의미에서 네 생존을 돕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구질구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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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표지 이미지입니다.

(실제 인쇄본에는 회색선이 들어가지 않으며, 이미지는 프리소스를 사용했습니다.)






본 회지는 현재 따로 통판계획이 없으며, 수요조사로 파악된 분량만 인쇄할 예정입니다.

수요조사 링크>> http://me2.do/5OeKr8CH



감사합니다!

Posted by 머더래빗 :

12월 27일 서울코믹월드 L35 '토끼굴'에 나오는

신세기 에반게리온 카피본 소설 <Destrudo> 인포메이션입니다.

이카리 신지의 악몽 내용으로, 딱히 커플링은 없습니.


전연령 / A5 / 공백 포함 26p / 중철본 / 나눔명조 옛한글 9pt 이며, 회지 가격 1,500원입니다.

* 본 회지는 세로쓰기/우종서(오른쪽->왼쪽으로 읽는 방식)로 편집하였습니다. 참고 부탁드립니다. 


아래는 샘플입니다.

* 기존에 쓰던 스타일과 매우 다릅니다. 샘플을 꼭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아래 샘플은 제 1장으로, 기존에 티스토리에 업로드했던 제 1장 및 제 2장은 현재 비공개로 돌려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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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다.

나는 하얗다는 것에도 정도가 있는 줄은 몰랐다.

이 정도로 하얀 것은 처음 봤다.

멀고 가까운 것과 깊고 얕은 것 위험하고 그렇지 않은 것들을 구분할 수가 없다.

어쩌면 좋고 나쁨과 옳고 그름과 맞고 틀림도 구분할 수 없을 지 모른다.

그 정도로 아득하다.


더 이상 아득할 수 있으리라곤.


암흑 속이 아님에도 보이지 않아 있지도 않은 것들을 더듬으며 걸음을 뗐다.

하나, 둘, 삼, 사 하고 오로 넘기기 전 짐승의 타액 끓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고개를 이래저래 흔들었다. 부정하듯이. 그 등줄기를 서늘하게 하는 소리들을

거르고 걸러 그것들이 하고픈 말을 귀에 담으려는 듯이. 저기,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거기 누구야? 누구야?


혹시, 너야?


칼에 깊게 베인 상처를 열어 제끼는 것처럼 하얀 공간 어딘가가 - 나는 그것이 어딘지를

알 수가 없다, 왜냐하면은 일단 내 자신도 어디쯤인지를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

사르르 갈려 열렸다. 눈이다. 두 개의 또렷한 눈이다. 눈, 눈, 눈. 나를 바로

보던 그 눈. 나를 보드랍게 핥던 눈. 시뻘겋고 영롱하게 빛나던 그 눈. 항상

나를 갖고 있던 그 눈. 내가 죽인 그 눈.

나는 그 거대한 두 눈을 앞에 두고 털썩 주저앉았다. 무섭다.

나를 원망하지 않는 그 두 눈이, 그대로인 그 두 눈이 무서워.

마지막까지도 나를 향하던 네 두 눈이 무서워. 다시 볼 수 없음이 슬펐다는게

무색할 정도로 사지가 파들파들 떨린다. 너는

변하지 않는 시선으로, 처음처럼, 말을 건다.


오랜만이야.

미안해.

어디 다친 곳은 없니? 마음이라든가.

미안해.

살아갈 수 있겠니?

미안해.

혹시 내가 그립니?

미안해.

있지.

미안해.

뭐가?

너를.. 그렇게....


그 새-빨간 두 눈이 나를 사냥할 것 마냥 달겨들 것 같아 나는 피하듯 눈을 떴다.

어느새 익숙해진 천장이다. 창 밖에서 들어오는 것들은 전경이라기엔 민망할 정도로

피폐하다. 다 뜯겨지고 태워진 깃발들이 황야 여기저기에 수두룩 꽂힌듯한

이 풍경이 나는 이제 불안하지 않다. 나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대가 끝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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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표지 이미지입니다.

(앞표지의 이미지이며, 우종서이기 때문에 오른쪽으로 펼치게 됩니다. 참고 부탁드립니다.)





본 회지는 현재 따로 통판계획이 없으며, 수요조사로 파악된 분량만 인쇄할 예정입니다.

수요조사 링크>> http://me2.do/5OeKr8CH



감사합니다!

Posted by 머더래빗 :

love in the end

2015. 9. 13. 02:44 from 에바

카오루 생일 축하해

근데 이런 우울한 글 써서 죄송합니다......

내용 날조 / 궁예질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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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그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아요.


- 반드시 필요한 절차야. 너를 위해서도, 우리 모두를 위해서도.


- 저를 위해서는 아닐 것 같은데요.


- ...


- 듣고 싶은 얘기가 있는 거라면..


- 아니, 그냥 네가 하고 싶은 얘길 하면 된다.


- ..그는 상당히 많은 걸 알고 있었어요. 아니, 단순히 '안다'고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멀고 깊이 내다봤어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랬어요. 굉장히 현학적인 말들을 하면서.. 그치만 싫지 않았어요. 그가 전달하려는 건 현학적인 게 아니었으니까.


- 어떤 점에서?


- 아이 같을 정도로 솔직했어요. 호불호라든가 시시비비라든가, 그런 직관적인 것들에 분명한 잣대가 있었으니까요. 그게 옳든 아니든 간에요.

   저랑은 영 딴판이었어요. 당신들도 알겠지만 전 대충 비위나 맞추는 사람이니까.


- 계속 얘기하렴.


- '타인을 모르면 배신할 일도, 서로를 상처입힐 일도 없지. 하지만 쓸쓸함을 잊을 수도 없어.

   인간은 영원히 쓸쓸함을 없앨 수 없어. 인간은 혼자이니까.'


- 그런 얘길 했단 말이니?


- 하지만 잊을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은 살아갈 수 있는 거라고.. 했어요.


- ...


- 전 그 얘길 듣고 잊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 쓸쓸함?


- 모든 걸요. 잊고 싶다고 원하는 모든 것들을.

   그러려면 힘이 필요하다는 걸 그는 알아줬어요. 알고 있었어요.


- ...


- 처음으로 믿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타인도 나도.


- 결과는 그렇지 못했구나.


- 절반은요. 그를 믿고 있던 마음을 배신당했으니까. 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쓸쓸함을 잊는 게 어떤 건지는 알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다행히도 그 감정이 어떤 형태였는지는 기억하고 있어요. 복구할 순 없겠지만.


- 어째서지?


전 더 이상 그런 진보적인 감정 같은 건 다시 느낄 수 없어요. 그러고 싶지도 않고, 무엇보다 그럴 힘이 없어요.

   그가 죽었으니까요.


- 요컨대 17번째 사도에게 이카리 군이 감정적으로 의존한 이유는...


- 왜 없다고 하셨어요. 듣고 싶은 얘긴 결국 따로 있는 거면서.


- 그 애가 언제 태어났는지 아니?


- ...


- 2000년 9월 13일이다.


- ..아무렴요. 당연히 그렇겠죠.


- 그는 '인간형'일 뿐이었다. 인간의 형태를 모방한...


- 사도. 몇 번씩이나 확인시켜주지 않아도 돼요. 내가 직접 섬멸했으니까. 이 손으로.


- 일말의 죄책감도 가질 필요가 없다.


- 제가 나기사 카오루를 죽였어요.


- 그건 의미가 결핍된 결과일 뿐이다.


- 네. 남는 건 제 17사도의 섬멸을 통한 임무의 성공적인 수행이겠죠.


- 우린 필요 없는 것들에 의미를 부여할 여력이 없어.


- 다음 사도는 뭘까요?


- 뭐?


- 인간의 형태를 모방한 것 다음엔 뭐가 올 것 같냐고요. 저는..

   ...저는 무너지지 않을 자신이 없어요.


- 객관성을 견지해라.


- .....


- 열일곱 번째 사도는 적으로서 마땅한 당위성을 가지고 섬멸되었다.

   넌 꼭 필요한 결단을 내린 거야.


- ..그렇네요.

   역시 제가 그를 너무 미화하는 걸까요?

   그가 남긴 좋은 기억들만 추려서 간직하려드는 걸까요?

   어쨌든 내 편이었으니까, 동기가 뭐였든 나를 이해하려 들었으니까,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려서라도 그를 변호하는 걸까요?

   역시 그래서는 안 되는 걸까요?


  소년은 가만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철제로 된 의자가 끼익 밀렸고 맞은편에 앉은 사람은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리던 걸 멈췄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의 아이라더니 역시 우는 걸까, 요원은 소년을 앉히지 않았다.


  "전 그래도 된다고 생각해요. 저만큼은 그래도 된다고 생각한다고요."


  소년은 울진 않았다. 대신 조금 기운이 빠진 걸음으로 문 앞에 다가가 문고리를 잡았다.


  "카오루 군을 좋아했으니까."


  소년이 취조실에서 나가자 상황실의 불이 켜졌고 소령은 버튼을 누른 채 마이크에 대고 말을 했다.


  "이 시각 이후로 코드넘버 SKRNGS의 모든 기록 및 관련 데이터를 폐기합니다. 본 인터뷰는 없었던 것으로 하겠습니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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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머더래빗 :

8월 22일 카오신온리전 Quatre Mains 네르프06 '이건 좀 에바인듯'에 나오는

신세기 에반게리온 카오신 소설 <백색일기> 인포메이션입니다.

대저택에서 혼자 살고 있는 나기사 카오루와 그의 일기를 대신 써주는 이카리 신지의 이야기입니다.

19세미만 구독 불가 / A5 / 후기 및 공백 포함 100p / KoPub바탕 & 수화명조110 10pt 이며, 회지 가격 10,000입니다.


(폰트 변경으로 인해 최종 분량 역시 변경되었습니다. 가격 변동은 없습니다.)


아래는 샘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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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지 군?”

  가벼운 노크 소리와 함께 그가 내 이름을 나긋나긋 불렀고 나는 침대에서 내려와 문을 열었다. 내 방 창문으로부터 들어오는 빛을 받은 그의 머리칼은 어느새 어두워진 복도에서 희멀겋게 반짝였다.

  들어가도 되죠?”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머그잔 하나를 든 나기사는 백사장에 파도가 들이차듯 들어왔고 집의 주인답게 방안을 유유히 돌아다녔다.

  “6 12. 옆에 날씨 같은 건 굳이 적지 말고. 좀 유치하잖아.”

  ?”

  내가 무슨 경위로 이걸 쓰기로 했는지, 간단하게 적어요. 오늘은 그 정도로 시작해봐요.”

  나는 뒷짐을 진 그의 손끝을 멍하게 보다 좀 전까지 끄적이던 노트에 손을 뻗었다. 내가 미처 그것에 닿기 전에 나기사는 들고 있던 머그잔을 턱 하니 올려두었고 컵에선 약간의 김이 무심하게 피어올랐다.

  마리아주.”

  나기사 씨….”

  싫어해요?”

  나는 한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었고 그는 웃으며  다른 손에 들고 있던 가죽 표지의 도톰한 책처럼 생긴 일기장을 건넸다.

  여기에 적으면 돼요. 잘못 썼으면 찢어서 써요, 지저분하게 지우지 말고. 그렇다고 너무 많이 찢진 말아요.”

  고르는 데 오래 걸렸으니까, 나는 그의 자기만족적인 웃음을 피하며 일기장을 펼쳤다. 다행히 양피지는 아니네, 나는 그의 한결같은 취향에 어깨를 한번 으쓱하며 말했다.

  깃펜으로 적으라고 시킬 건 아니죠? 아님 만년필이라든가.”

  아하하! 재밌는 소릴 하네.”

  나기사는 첫 페이지의 상단을 손가락으로 톡톡 치며 날짜, 라고 입을 뻐끔거렸고 나는 내 손 때가 탄 검정색 잉크펜을 들어 날짜를 적었다.

  뭐라고 쓸까요?”

  내가 무슨 경위로 이걸 쓰기 시작했는지 적으라니까? 기록, 에 대해서.”

  기록..?”

  나기사는 한숨을 길게 내뱉곤 외우기라도 했는지 내가 써야할 내용을 불러줬고 나는 받아적을 자신은 없어 몇몇 단어들만 캐치하며 나름대로 그의 구미에 맞게끔 일기를 써내려갔다.

 

6 12

기록이라는 건 사건의 크기와 상관 없이 행위 자체로 의미를 갖는다. 흔적을 남긴다는 것, 그것으로 평가 받는다는 것. 나는 그 결과가 탐이 나 일기를 써보기로 했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지속적이라면 충분하다. 행위 자체만을 염두에 둔다는 건 그런 것일테니까.

 

  마침표를 찍자마자 나기사는 일기장을 뺏듯이 집어채 내용을 소리내어 읽었다.

  꼭 입으로 읽어야겠어요?”

  뭐 어때요. 어차피 우리 둘 다 아는 내용인데.”

  그렇게 말하고 다시 일기장에 시선을 돌린 나기사의 표정은 꽤나 진지해 나는 조금 긴장을 하며 그의 안색을 살폈다.

  괜찮네. 이정도로 계속 해주면 돼요.”

  나기사 씨 생각이랑 맞나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진짜 이렇게 생각하시냐고요. 이대로.”

  내가 언제 내 생각 물어보랬어요?”

  일기..잖아요. 나기사 씨의. 그럼 당연히 나기사 씨의 생각을 써야….”

  나기사가 일기장을 덮자 둔탁한 소리를 났고 소리 못잖게 그의 얼굴 역시 탁했다. 나는 마른 침을 삼키며 하려던 말을 이었다.

  당사자 생각이 들어가 있어야 되는 게 아닌가.. 해서요. 아무리 그래도 나기사 씨 일….”

  그걸 누가 따져요?”

  “..?”

  생각보다 번거로운 사람이네, 이카리 신지 군은.”

  나기사는 처음으로 나를 싸늘하게 내려다봤다. 화가 난 건 아니었다. 그저 내가 못마땅한 것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건 그에게 중요한 일이었다. 나는 눌려 있어야 할 자리의 사람이었으니까.

  신지 군.”

  .”

  시키는 것만 해요.”

  죄송합니다.”

  아니, 그건 또 너무 나갔어. 그냥, 있잖아. 신지 군.”

  나는 셋을 세고 그를 올려다봤다. 나기사는 다시 웃고 있었다. 최소한 그런 척을 하고 있었다.

  나한테 집중하는 버릇을 들이도록 해.”

  내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그제서야 다시 만족스러운듯 미소를 흘렸다. 그는 자신의 일기장을 들고는 나도 모르게 앉아있던 침대 가장자리에서 일어났다.

  , 더 식기 전에 마셔요. 지금이 딱 좋을 거예요.”

  나기사는 나를 보지도 않고 빈 손을 흔들었다. 나 역시 그를 보지도 않고 실없이 목례를 했다. 그가 방에서 나가자 아까 얼결에 적었던 일기의 내용도 물 빠지듯 짤막한 기억에서 빠져나갔다. 타인의 이야기라는 건 그런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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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표지 이미지입니다.





본 회지는 현재 따로 통판계획이 없으며, 수요조사로 파악된 분량만 인쇄할 예정입니다.

수요조사 링크>> http://me2.do/5U89sVF8



*주의사항

- 인당 최대 2권까지 구매 가능합니다.

- 현장에서 구매자 본인의 사진 및 생년월일 확인이 필히 가능한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으시면 구매하실 수 없습니다.

- 본 행사의 성인물 관리 규정에 따라 올해(2015년)에 만 19세가 되는 96년생부터 본 회지를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Posted by 머더래빗 :

8월 22일 토요일 동온페 인포입니다.


1. 카오신 온리전 Quatre Mains

- 부스 위치: 네르프06

- 부스명: 이건 좀 에바인듯


신간 <백색일기>

인포: http://murderabbit.tistory.com/44


구간 <그 날의 너를 위해서>

인포: http://murderabbit.tistory.com/29


구간 <Where You Stand>

인포: http://murderabbit.tistory.com/23



2. 1차창작 온리전 동창회

- 부스 위치: B10-b

- 부스명: 호모니까 청춘이다


구간 <별이 빛나는 밤에>

인포: http://murderabbit.tistory.com/7 (부득이하게 통판링크로 대체합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구간 <10:31>

인포: http://murderabbit.tistory.com/20


감사합니다 *ㅈ*!


Posted by 머더래빗 :

카오신) ふたりごと

2015. 6. 6. 00:27 from 에바

신지 생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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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니까 태어난 날이라고 해서 꼭 모든 일이 잘 풀리란 법은 없지만,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체육 시간에 발을 잘못 디뎌 발목을 심하게 삐는 건 좀 억울한 일이었다. 바보 신지는 하여간 제대로 넘어가는 날이 없다고 핀잔을 주면서도 나를 부축하는 토우지를 재촉하는 아스카와, 언제 챙겼는지 아이스팩을 슬쩍 건네는 아야나미와, 생일 액땜이라며 손을 흔드는 켄스케를 뒤로 하고 나는 뙤약볕에서 양호실로 비틀비틀 걸어갔다. 하필 양호 선생님은 1시간 정도 후에 돌아온다는 메모와 함께 자리를 비운 상태였고 토우지는 나를 침대에 앉혔다.
  “니도 참.. 날이 날인데 좀 그렇게 됐네.”
  “그러게.”
  나는 침대에 앉아 다친 다리를 들어 올렸다. 이런저런 이유로 양호실에 온 적은 몇 번 있었지만 여기 침대에 누운 건 처음이었다.
  “뭐 별 일 있겠냐. 사내놈이 운동하다 그럴 수도 있지.”
  그럼 난 간다, 조금 머뭇거리는 토우지를 보며 나는 괜찮다는 의미로 머쓱하게 웃었다. 나만 남은 양호실에는 아직 끝나지 않은 체육시간 소리만 창 밖에서 흘러들어왔다. 새삼 양호실은 엄청나게 하얘보였다. 응, 별 일 없겠지. 나는 괜히 시큰대는 발목을 만지작거렸다.
  원래도 그냥 집에 갈 생각이었다. 친구들이랑 모여서 파티를 한다거나 하는 것도 내키질 않아 그냥 집에 가는 길에 서점에 들러 나에게 주는 선물인 셈 치고 읽고 싶었던 책이나 한 권 사 내 방에서 편하게 쉬면서 읽을까 했었다. 근데 발목이 이렇게 성칠 못해서야, 서점에 들리기도 뭐하겠다. 그거 살 돈은 챙겼던가, 주머니를 뒤적거리는데 수업종이 쳤다. 다음 수업은 들어가야 할텐데, 나는 풀썩 침대에 누웠다. 날씨 좋다. 잠이나 잘까. 눈을 감으니 시원하게 바람이 불었고 새삼 학교 냄새가 났다. 아픈 것만 아니면 좋네, 이래서 땡땡이를 치나보다. 나는 눈을 감고 몸에 힘을 뺐다. 양호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굳이 그쪽을 보진 않았다.
  “신지 군?”
  나는 익숙한 목소리에 눈을 번쩍 떴다. 옆엔 카오루가 걱정스런 얼굴로 서있었다.
  “카오루 군? 어디 아파서 온 거야..?”
  “으응, 신지 군이 다쳤대서….”
  나는 조금 기쁘면서도 부끄러웠다. 학년도 다르고 생활하는 층도 다른데 카오루 군은 항상 나를 반 친구들보다도 더 세심하게 신경 써줬다. 그야, 그냥 친구 사이가 아니니 당연한 일인 걸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그러지 못하는 걸 생각하면 나는 항상 숨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괜찮아? 많이 아파?”
  “괜찮아. 걱정시켜서 미안해.”
  “아냐.”
  카오루는 침대에 걸터앉아 내 머리를 쓸어넘겼다. 꼭 방금 전까지 햇살을 머금은 채 밖에서 불어온 바람처럼, 아니 그것보다 조금 더 기분 좋게 그의 손가락들이 내 머리칼을 매만졌다. 나는 그의 얼굴을 조금 더 가까이서 보고 싶어 몸을 일으켰다.
  “피곤할텐데 누워 있어.”
  “발목만 다친 건데 뭐. 괜찮아.”
  카오루는 손을 뻗어 아주아주 조심스레 검지 끝으로 내 발목 선을 따라그렸다.
  “끝나고 깜짝 데이트 하려고 했는데.”
  “응?”
  “그냥, 조금 근사하게 밥도 먹고, 너 하고 싶은 거 있음 같이 하고, 그러고 싶어서. 학생이긴 하지만 일 년에 두어 번 정도는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해서….”
  물론 신지 군한텐 한 마디도 안 했지만. 카오루는 어깨를 한 번 으쓱, 하며 말했다. 데이트라, 조금 낯간지러운 이야기였다. 그치만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 것처럼 설레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신지 군.”
  나는 수없이 바라봐온 카오루의 눈과 코와 입을 조금 긴장한 채 봤다. 마침 조금 강하게 분 바람에 영화처럼 커튼이 펄럭였고 쏟아지는 새하얀 빛에 그는 정말이지 햇살로 화할 것만 같았다. 카오루의 상체가 내 쪽으로 조금 기울었고 그는 그렇게 내 턱을 가볍게 잡고 내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리곤 우린 처음으로 혀를 섞었다. 여태껏 느낀 적 없던 야릇한 기분이 그의 보드라운 혀와 함께 나에게 흘러들어왔고 나는 나도 모르는 새 그의 교복 셔츠를 붙들었다. 아주 잠깐의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난 미친듯이 뛰는 마음을 붙잡기가 어려웠다.
  “..역시 내가 조금 서둘렀지?”
  “카오루 군…"
  “그치만 갑자기 너무 기뻐서. 신지 군처럼 사랑스런 아이가 나랑 같은 땅에 태어나 같은 햇빛을 맞고 같은 숨을 마시는 게, 정말로 기적 같아서 나도 모르게….”
  카오루는 처음으로 부끄러워 했다. 입술이 타는지 혀를 살짝 내미는 모습이 창가에서 불어들어오는 청량한 바람에 섞여 내 마음을 훑고 지나갔다.
  “실은.. 조금 더 깊어지고 싶어.”
  그치만 신지 군이 싫다면 나도 싫어, 카오루는 배시시 웃었다. 나만이 아는, 다른 데에선 짓지 않는 웃음이었다. 나는 그걸로도 충분한 생일 선물이란 생각이 들었다.
  “신지 군.”
  “응, 카오루 군.”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앞으로 계속 곁에 있을게. 신지 군만 좋다면 영원히 곁에 있을게. 항상, 항상.. 신지 군의 행복을 가장 깊고 크게 빌어주고 싶어. 가능하다면 이뤄주고 싶어. 그리고….”
  카오루는 숨을 잠시 참았다. 나는 그의 손을 잡았다. 그건 듣지 않아도 알고 있는 질문에 대한 내 벅찬 대답이었다.
  “신지 군이 태어났다는 기적 같은 사실을 다른 그 누구보다도 가장 가까이서 느끼고 싶어."
  나는 발목 아픈 것도 잊을 정도로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카오루의 손을 잡은 내 손이 덜덜 떨렸고 그는 가만히 웃더니 그대로 나를 품에 포옥 안았다.
  “생일 축하해, 신지 군.”
  “카오루 군.."
  “태어나줘서 고마워.”
  그의 다정다감한 손길이 내 뺨부터 귀, 그리고 뒷통수를 부드럽게 쓸었다. 내 어깨를 잡은 채 카오루는 가만히 내 눈동자만을 바라봤다. 그의 눈은 떨리진 않았지만 어떤 고동 같은 것이 느껴졌다. 나도 덩달아 안에서 뭔가가 뛰는 것 같았다. 고마워. 고마워. 그 마음들이 터질듯이 쿵쿵대 나는 카오루의 품에 더 깊게 안겼다. 네 말대로, 그것은 어쩌면 기적. 지금처럼 손을 맞잡고, 눈을 맞추고, 마음을 맞추어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 너와 내가, 함께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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