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팸 연작 그 두 번째

새내기X학부조교 1차 창작 BL소설 무수위본 <10:31> 인포메이션입니다.

'조도마대학교' 신입생인 '신잎새'와 학부조교 '조교연'이 만나게 되는 내용의 캠퍼스로맨스물입니다.

전작 <별이 빛나는 밤에>와 일부 내용 연결되어 있지만, 그냥 읽으셔도 무방합니다.

A5 / 속지 및 후기 포함 66p / 나눔명조 10pt 이며, 회지 가격 6,500원입니다.


아래는 수정된 샘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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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에 그을리는 것 같은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버스는 또 다시 신호에 걸려버렸다. 아씨, 이럴 줄 알았으면 10분만 더 일찍 알람 맞춰둘 걸. 나는 ADHD라도 있는 사람처럼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 홈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핸드폰으로 확인한 시간은 그래 봤자 아무 의미 없다는 것만 말해줄 뿐이었다. , 네가 설령 10분 일찍 일어났었더라도 이미 7분 정도 늦어진 상태잖아, 그러게 누가 아까 칫솔 물고 꾸벅꾸벅 졸으래? 누가 보이지도 않는 양말 뭐 신을지 3분 씩이나 고민하래? 내가 빨리 흘러간 거라고 내 탓하면 섭하다? 한바탕 욕을 먹은 기분에 나는 턱을 괴곤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버스를 앞질러 걸어가는 사람들을 눈으로 쫓았다.

   수업은 날이 갈 수록 재미가 없어졌다. 재밌을 줄 알고 선택한 전공과목도 지겨운데 교양과목, 그것도 이과 수업이라니, 당최 강의실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을 수가 없었다. 오늘처럼 지각은 물론이거니와 출석체크만 한 뒤 강의실을 빠져나가기 일쑤였고, 그 때문에 진도가 뒤쳐지기 시작하자 상황은 더 악화되어갔다. 새내기의 몇 안되는 자산인 시간을 흥청망청 쓴 결과 나는 결국 3월이 미처 다 지나가지도 않은 시점에 출결 경고 문자를 받았다.

   내가 생우사, 그러니까 생명과우리사회 수업을 들으러 가는 이유는 딱 두 가지다. 다른 것도 아니고 출결 때문에 F를 맞아오면 다리몽둥이를 분질러 놓을 줄 알라는 누나의 협박이 첫 번째다. 학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보란듯이 회사에 취직한 누나는 동생인 내가 밟아야 할 캠퍼스라이프를 몸소 실천해보였다. 누나, 난 누나랑 학교도 다르고 학과도 다르잖아. 들어가면 다 똑같아. 난 군대도 가야하는데. 그래서? 따위의 승패가 정해진 실랑이를 지켜보신 부모님은 나에게 누나의 것과 비슷한 대학생의 생활패턴을 내가 입학하기도 전부터 기대하셨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 , 조교 때문이다.

   그 사람은 꼭 우리 누나 같다. 아니, 누나보다 더 하다. 나무껍질처럼 메마른 인상답게 그는 언제나 여유 없는 손짓으로 출석부를 두어 장 넘겨 내 이름 옆에 체크 모양으로 지각 표시를 했다. 그 체, , 표시에 나는 뛰느라 차오른 숨을 꿀꺽 삼켜버렸고 연이어 내 자존심과 의지 그리고 고개까지 후미지게 꺾여버렸다. 하지만 내가 스스로에게 짜증나는 지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성의 기미 없이 지각하는 내 모습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과 조금이라도 더 오래 있었다는 사실에 만족하는 내 모습이었다. 이상하지. 매번 그 메마른 손을 보면 잡아주고만 싶었고 결국엔 그 손을 보고 싶어서 지각을 하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나는 그 손을 좋아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늦을 수밖에 없다고 해야하나. 희한한 방식으로 매저키즘이 발현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나 스스로도 내가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 조교를 다시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기대라니, 처음엔 어이가 없을 정도로 당혹스러웠다. 내가 자기랑 얼마나 많이 봤다고 나한테 기대 같은 걸 거는지 난 이해할 수 없었다. 난 기대가 싫었다. 나에게 기대따위의 단어를 사용하는 건 우리 집 식구들로 충분했다. 그런데도 내가 드랍하지 않고 바득바득 이 수업에 기어들어가는 건 그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래, 나는 조교님을 좋아하고 그 사실을 빨리 인정했다. 아마 그 사람도 곧 눈치챌 것이었다. 어쩌면 그 사람도 날 좋아해줄지도 모르지. 그치만 그 사람하고 이런 식으로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 이런 척박한 상황이 아니라 조금 더 둥글둥글한, 그래, 동아리라든가 과 선후배사이라든가 하는 사적인 상황에서 만났어야 했다. 그 사람이 과 선배였다면 내가 수업을 짼다고 해서 나에게 그렇게까지 실망하진 않았을 거였다. 오히려 더 좋아했을지도 모르지. 나는 순간 마음이 답답해졌다. 차창 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학교 근방의 풍경이 어지럽다. , 수업 가기 싫어. 미토콘드리안지 뭔지 귓구멍에 쑤셔넣기도 싫다. 누군가의 삶에 생명과학이 필요하리란 건 전혀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그게 내 삶은 결코 아닐거라고, 지금 판단하는게 그렇게 괘씸한건가. 수업을 들으러 가는 이유가 너무 불순, 한가. 순간 정신 차리라는 듯 핸드폰이 부르르 떨린다. 뭐야, 뭔데?

 

   [야 너 왜 안와]

   [너 벌써 1차 뜨지 않음??]

 

   알아. 안다고. 그리고 아직 6분이나 남았다고. 내가 늦든 말든 너희들이 대체 무슨 상관이냐.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땡땡이를 치기 시작한 때? 수강신청을 한 때? 그도 아님 당신이 내 이름을 불렀을 때? 이렇게나 엉망일 거라면 당신이 문앞에서 지키고 있는 강의 같은거 듣지 않았을텐데. 아니, 이렇게나 어처구니 없는 방식으로 밖에 나를 드러내지 못할 걸 알았다면 첫 수업 때 드랍했을텐데. 나는 떨어지는 의욕을 붙잡으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뛰어야 한다고 계속 스스로를 세뇌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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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표지 이미지입니다.



선입금 예약 안내는 빠른 시일 내로 공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Posted by 머더래빗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