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카오신 배포전 웨a2 '사도를 기다리며'에 나오는

신세기 에반게리온 카오신 소설 <그 날의 너를 위해서> 인포메이션입니다.

기면증이 있는 신지가 어느 날 자신이 모르는 누군가가 죽는 꿈을 꾸고,

그 다음 날 자신의 꿈에서 죽었던 카오루를 만나며 시작되는 내용의 소설입니다.

수위X / A5 / 후기 및 공백 포함 78p / 나눔명조 10pt 이며, 회지 가격 8,000원입니다.


아래는 샘플입니다. (일부 문장 변경될 수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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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백색의 하늘이 도시를 무덤덤하게 짓누르던, 그야말로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은 날이었다. 인상을 잔뜩 찌푸린 것처럼 답답한 공기에 문 밖으로 나가고픈 마음이 조금도 들지 않았지만, 때마침 받아둔 약이 저녁에 먹을 양만을 남겨놓고 똑 떨어져 나는 하는 수 없이 검은 장우산을 한 손에 들고 집을 나섰다.

   모다피닐, 꽤나 비싼 약이었다. 덕분에 학생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기 무색할 정도로 몇 번이고 휴학계를 냈더랬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스르륵 잠드는 주제에 학교를 다닌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사치였지만, 그건 내 스스로가 살면서 진심으로 갈구한 첫 번째 욕심이었기에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한들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이 정도의 욕심엔 고집을 부리고 싶었다.

   응급실 앞 움푹 파인 아스팔트에 물이 조금 고여있었다. 이제 비가 오려나, 얕은 웅덩이가 조금씩 흔들렸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고인 물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몇 번 젓고는 다시 걸음을 뗐다. 길바닥에서 곯아떨어지면 항상 꽤나 곤란한 일이 생기곤 했다. 놀란 목소리들, 고함들, 가끔은 울먹거림까지 내 귓가에 웅웅댔고 나는 선택하지 않은 잠 마저도 편히 맞이할 수 없었다. 괜시리 기지개를 켜며 걸어가는데 무언가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직 내 자신이 쓰러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 하고서야 나는 뒤를 돌아봤다. 앰뷸런스에서 급하게 들것이 내려왔고 그 위에는 창백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 누워있었다. 금방이라도 녹아버릴 것 같은 눈처럼 하얗게 질려있는 그가 너무나도 불안해서 나는 나도 모르게 응급실로 그를 바삐 실어나르는 간호사들의 뒤를 따랐다.

   흰 들짐승들에 둘러싸인 것마냥 힘없이 실려나가던 그가 한 침대 위에 뉘여졌다. 간호사들이 분주하게 이런저런 장비들을 준비하는 와중에 난 무엇에라도 홀린 것처럼, 그래, 홀린 것처럼 그의 고개 옆에 서서 그를 내려다보았다.

   보호자세요?”

   , 아뇨.. 저는….”

   그럼 왜 방해되게 여기 서있는 거냐고 묻는 것과 거진 마찬가지로 간호사의 태도는 무심했다. 가야 되는데. 얼른 약이나 처방 받고 내 방 침대 위에 누워야 하는데. 피곤하다. 아마 5분 내로 쓰러지겠지. 나는 조금씩 숨을 몰아쉬며 그의 하얀 손을 잡았다.

   비키세요.”

   관계 없는 분은….”

   “..신지군.”

   어느새 눈을 뜬 그의 손엔 힘이 애처로울 정도로 살짝 들어가 있었다. 내 이름을 어떻게 아는 거지, 미처 생각해보기도 전에 그는 힘겹게 숨을 마시고 내쉬며 축축한 붉은 눈동자로 마지막이라도 되는 양 내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역시 와줬구나.”

   저기, 나는….”

   신지군이… 여태까지 있어줘서, 정말로.. 정말로 행복했어. 내가….”

   그가 얼굴을 잔뜩 찡그리더니 탁한 숨을 내뱉었다. 나는 이래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만.. 그만해…. 제발 무리하지마.”

   아니, 내가 무모했어…. 난 내가 신지군한테, 줘야, 했던 걸.. 도로 받아버렸어…. 미안해….”

   안녕, 그는 겨우 그 입모양을 하고는 얼굴 가득 웃었고 나는 어쩐지 너무나도 슬퍼져 그대로 주저앉았다. 침대보를 움켜쥐고 가장 서러운 이처럼 엉엉 울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다신 들려오지 않았다. 나는 너무나도 속상했고 아무 것도 보고 싶지 않아 그대로 눈을 감아버렸다.

   어느 새 잠들었을까, 나는 굳어버린듯 무거운 눈을 겨우 떴다. 익숙한 이불, 익숙한 냄새, 익숙한 실내 온도. 내 방 침대 위에서 나는 손톱을 세워 손목을 긁었다. 한참을 긁으니 조금 불쾌한 통증과 함께 벌겋게 자국이 남았다. 쓸모없는 놈. 나는 모다피닐을 처방 받기 위해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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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표지 이미지입니다.





본 회지는 따로 선입금 예약은 받지 않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Posted by 머더래빗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