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in the end

2015. 9. 13. 02:44 from 에바

카오루 생일 축하해

근데 이런 우울한 글 써서 죄송합니다......

내용 날조 / 궁예질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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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그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아요.


- 반드시 필요한 절차야. 너를 위해서도, 우리 모두를 위해서도.


- 저를 위해서는 아닐 것 같은데요.


- ...


- 듣고 싶은 얘기가 있는 거라면..


- 아니, 그냥 네가 하고 싶은 얘길 하면 된다.


- ..그는 상당히 많은 걸 알고 있었어요. 아니, 단순히 '안다'고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멀고 깊이 내다봤어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랬어요. 굉장히 현학적인 말들을 하면서.. 그치만 싫지 않았어요. 그가 전달하려는 건 현학적인 게 아니었으니까.


- 어떤 점에서?


- 아이 같을 정도로 솔직했어요. 호불호라든가 시시비비라든가, 그런 직관적인 것들에 분명한 잣대가 있었으니까요. 그게 옳든 아니든 간에요.

   저랑은 영 딴판이었어요. 당신들도 알겠지만 전 대충 비위나 맞추는 사람이니까.


- 계속 얘기하렴.


- '타인을 모르면 배신할 일도, 서로를 상처입힐 일도 없지. 하지만 쓸쓸함을 잊을 수도 없어.

   인간은 영원히 쓸쓸함을 없앨 수 없어. 인간은 혼자이니까.'


- 그런 얘길 했단 말이니?


- 하지만 잊을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은 살아갈 수 있는 거라고.. 했어요.


- ...


- 전 그 얘길 듣고 잊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 쓸쓸함?


- 모든 걸요. 잊고 싶다고 원하는 모든 것들을.

   그러려면 힘이 필요하다는 걸 그는 알아줬어요. 알고 있었어요.


- ...


- 처음으로 믿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타인도 나도.


- 결과는 그렇지 못했구나.


- 절반은요. 그를 믿고 있던 마음을 배신당했으니까. 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쓸쓸함을 잊는 게 어떤 건지는 알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다행히도 그 감정이 어떤 형태였는지는 기억하고 있어요. 복구할 순 없겠지만.


- 어째서지?


전 더 이상 그런 진보적인 감정 같은 건 다시 느낄 수 없어요. 그러고 싶지도 않고, 무엇보다 그럴 힘이 없어요.

   그가 죽었으니까요.


- 요컨대 17번째 사도에게 이카리 군이 감정적으로 의존한 이유는...


- 왜 없다고 하셨어요. 듣고 싶은 얘긴 결국 따로 있는 거면서.


- 그 애가 언제 태어났는지 아니?


- ...


- 2000년 9월 13일이다.


- ..아무렴요. 당연히 그렇겠죠.


- 그는 '인간형'일 뿐이었다. 인간의 형태를 모방한...


- 사도. 몇 번씩이나 확인시켜주지 않아도 돼요. 내가 직접 섬멸했으니까. 이 손으로.


- 일말의 죄책감도 가질 필요가 없다.


- 제가 나기사 카오루를 죽였어요.


- 그건 의미가 결핍된 결과일 뿐이다.


- 네. 남는 건 제 17사도의 섬멸을 통한 임무의 성공적인 수행이겠죠.


- 우린 필요 없는 것들에 의미를 부여할 여력이 없어.


- 다음 사도는 뭘까요?


- 뭐?


- 인간의 형태를 모방한 것 다음엔 뭐가 올 것 같냐고요. 저는..

   ...저는 무너지지 않을 자신이 없어요.


- 객관성을 견지해라.


- .....


- 열일곱 번째 사도는 적으로서 마땅한 당위성을 가지고 섬멸되었다.

   넌 꼭 필요한 결단을 내린 거야.


- ..그렇네요.

   역시 제가 그를 너무 미화하는 걸까요?

   그가 남긴 좋은 기억들만 추려서 간직하려드는 걸까요?

   어쨌든 내 편이었으니까, 동기가 뭐였든 나를 이해하려 들었으니까,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려서라도 그를 변호하는 걸까요?

   역시 그래서는 안 되는 걸까요?


  소년은 가만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철제로 된 의자가 끼익 밀렸고 맞은편에 앉은 사람은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리던 걸 멈췄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의 아이라더니 역시 우는 걸까, 요원은 소년을 앉히지 않았다.


  "전 그래도 된다고 생각해요. 저만큼은 그래도 된다고 생각한다고요."


  소년은 울진 않았다. 대신 조금 기운이 빠진 걸음으로 문 앞에 다가가 문고리를 잡았다.


  "카오루 군을 좋아했으니까."


  소년이 취조실에서 나가자 상황실의 불이 켜졌고 소령은 버튼을 누른 채 마이크에 대고 말을 했다.


  "이 시각 이후로 코드넘버 SKRNGS의 모든 기록 및 관련 데이터를 폐기합니다. 본 인터뷰는 없었던 것으로 하겠습니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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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머더래빗 :

8월 22일 카오신온리전 Quatre Mains 네르프06 '이건 좀 에바인듯'에 나오는

신세기 에반게리온 카오신 소설 <백색일기> 인포메이션입니다.

대저택에서 혼자 살고 있는 나기사 카오루와 그의 일기를 대신 써주는 이카리 신지의 이야기입니다.

19세미만 구독 불가 / A5 / 후기 및 공백 포함 100p / KoPub바탕 & 수화명조110 10pt 이며, 회지 가격 10,000입니다.


(폰트 변경으로 인해 최종 분량 역시 변경되었습니다. 가격 변동은 없습니다.)


아래는 샘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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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지 군?”

  가벼운 노크 소리와 함께 그가 내 이름을 나긋나긋 불렀고 나는 침대에서 내려와 문을 열었다. 내 방 창문으로부터 들어오는 빛을 받은 그의 머리칼은 어느새 어두워진 복도에서 희멀겋게 반짝였다.

  들어가도 되죠?”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머그잔 하나를 든 나기사는 백사장에 파도가 들이차듯 들어왔고 집의 주인답게 방안을 유유히 돌아다녔다.

  “6 12. 옆에 날씨 같은 건 굳이 적지 말고. 좀 유치하잖아.”

  ?”

  내가 무슨 경위로 이걸 쓰기로 했는지, 간단하게 적어요. 오늘은 그 정도로 시작해봐요.”

  나는 뒷짐을 진 그의 손끝을 멍하게 보다 좀 전까지 끄적이던 노트에 손을 뻗었다. 내가 미처 그것에 닿기 전에 나기사는 들고 있던 머그잔을 턱 하니 올려두었고 컵에선 약간의 김이 무심하게 피어올랐다.

  마리아주.”

  나기사 씨….”

  싫어해요?”

  나는 한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었고 그는 웃으며  다른 손에 들고 있던 가죽 표지의 도톰한 책처럼 생긴 일기장을 건넸다.

  여기에 적으면 돼요. 잘못 썼으면 찢어서 써요, 지저분하게 지우지 말고. 그렇다고 너무 많이 찢진 말아요.”

  고르는 데 오래 걸렸으니까, 나는 그의 자기만족적인 웃음을 피하며 일기장을 펼쳤다. 다행히 양피지는 아니네, 나는 그의 한결같은 취향에 어깨를 한번 으쓱하며 말했다.

  깃펜으로 적으라고 시킬 건 아니죠? 아님 만년필이라든가.”

  아하하! 재밌는 소릴 하네.”

  나기사는 첫 페이지의 상단을 손가락으로 톡톡 치며 날짜, 라고 입을 뻐끔거렸고 나는 내 손 때가 탄 검정색 잉크펜을 들어 날짜를 적었다.

  뭐라고 쓸까요?”

  내가 무슨 경위로 이걸 쓰기 시작했는지 적으라니까? 기록, 에 대해서.”

  기록..?”

  나기사는 한숨을 길게 내뱉곤 외우기라도 했는지 내가 써야할 내용을 불러줬고 나는 받아적을 자신은 없어 몇몇 단어들만 캐치하며 나름대로 그의 구미에 맞게끔 일기를 써내려갔다.

 

6 12

기록이라는 건 사건의 크기와 상관 없이 행위 자체로 의미를 갖는다. 흔적을 남긴다는 것, 그것으로 평가 받는다는 것. 나는 그 결과가 탐이 나 일기를 써보기로 했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지속적이라면 충분하다. 행위 자체만을 염두에 둔다는 건 그런 것일테니까.

 

  마침표를 찍자마자 나기사는 일기장을 뺏듯이 집어채 내용을 소리내어 읽었다.

  꼭 입으로 읽어야겠어요?”

  뭐 어때요. 어차피 우리 둘 다 아는 내용인데.”

  그렇게 말하고 다시 일기장에 시선을 돌린 나기사의 표정은 꽤나 진지해 나는 조금 긴장을 하며 그의 안색을 살폈다.

  괜찮네. 이정도로 계속 해주면 돼요.”

  나기사 씨 생각이랑 맞나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진짜 이렇게 생각하시냐고요. 이대로.”

  내가 언제 내 생각 물어보랬어요?”

  일기..잖아요. 나기사 씨의. 그럼 당연히 나기사 씨의 생각을 써야….”

  나기사가 일기장을 덮자 둔탁한 소리를 났고 소리 못잖게 그의 얼굴 역시 탁했다. 나는 마른 침을 삼키며 하려던 말을 이었다.

  당사자 생각이 들어가 있어야 되는 게 아닌가.. 해서요. 아무리 그래도 나기사 씨 일….”

  그걸 누가 따져요?”

  “..?”

  생각보다 번거로운 사람이네, 이카리 신지 군은.”

  나기사는 처음으로 나를 싸늘하게 내려다봤다. 화가 난 건 아니었다. 그저 내가 못마땅한 것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건 그에게 중요한 일이었다. 나는 눌려 있어야 할 자리의 사람이었으니까.

  신지 군.”

  .”

  시키는 것만 해요.”

  죄송합니다.”

  아니, 그건 또 너무 나갔어. 그냥, 있잖아. 신지 군.”

  나는 셋을 세고 그를 올려다봤다. 나기사는 다시 웃고 있었다. 최소한 그런 척을 하고 있었다.

  나한테 집중하는 버릇을 들이도록 해.”

  내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그제서야 다시 만족스러운듯 미소를 흘렸다. 그는 자신의 일기장을 들고는 나도 모르게 앉아있던 침대 가장자리에서 일어났다.

  , 더 식기 전에 마셔요. 지금이 딱 좋을 거예요.”

  나기사는 나를 보지도 않고 빈 손을 흔들었다. 나 역시 그를 보지도 않고 실없이 목례를 했다. 그가 방에서 나가자 아까 얼결에 적었던 일기의 내용도 물 빠지듯 짤막한 기억에서 빠져나갔다. 타인의 이야기라는 건 그런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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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표지 이미지입니다.





본 회지는 현재 따로 통판계획이 없으며, 수요조사로 파악된 분량만 인쇄할 예정입니다.

수요조사 링크>> http://me2.do/5U89sVF8



*주의사항

- 인당 최대 2권까지 구매 가능합니다.

- 현장에서 구매자 본인의 사진 및 생년월일 확인이 필히 가능한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으시면 구매하실 수 없습니다.

- 본 행사의 성인물 관리 규정에 따라 올해(2015년)에 만 19세가 되는 96년생부터 본 회지를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Posted by 머더래빗 :

8월 22일 토요일 동온페 인포입니다.


1. 카오신 온리전 Quatre Mains

- 부스 위치: 네르프06

- 부스명: 이건 좀 에바인듯


신간 <백색일기>

인포: http://murderabbit.tistory.com/44


구간 <그 날의 너를 위해서>

인포: http://murderabbit.tistory.com/29


구간 <Where You Stand>

인포: http://murderabbit.tistory.com/23



2. 1차창작 온리전 동창회

- 부스 위치: B10-b

- 부스명: 호모니까 청춘이다


구간 <별이 빛나는 밤에>

인포: http://murderabbit.tistory.com/7 (부득이하게 통판링크로 대체합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구간 <10:31>

인포: http://murderabbit.tistory.com/20


감사합니다 *ㅈ*!


Posted by 머더래빗 :